다 얘기됐던 건데 딴소리 하면 빡이 친다
프로젝트 킥오프를 하면 목적, 방향성과 협업 시 필요한 기본적인 규칙들, 각자의 역할에서 기대하는 바, 구체적인 스펙 등을 공유한다. 약간의 논의와 핑퐁이 오가고 마침내 합의되면 PM은 우리가 이제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임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아래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역할을 나누고 기본 원칙을 정함으로써 공통 기반(서로 매끄럽게 조정하기 위해 공유하는 지식, 신념, 이력 등)을 마련할 수 있다.
→ 초반에 이야기와 규칙 등을 잘 맞춰 두면 이 합의는 프로젝트가 종료될 때까지 유지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이 진행되면 대개는 실망을 겪는다.
‘다 얘기됐던 건데 이 사람은 왜 딴소리를 하고 있지?’
그러면 PM은 보통은 킥오프에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명료하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그게 아니면 딴소리 하는 사람의 멍청함이나 불성실함에 화가 오른다.
‘저분 킥오프 때 제대로 안 들었네’, ‘슬렉 제대로 확인 안하네’, ‘이게 이해가 안 되나?’
뭔가 일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 사람이 딴소리를 해? 오히려 좋아
딴소리라는 건 우리의 공통 기반이 약해져 있다는 신호다.
그리고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PM의 불안과 달리 공통 기반이 약해지는 건 사실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공통 기반은 항상 불완전하며, 계속해서 약화된다. 공통 기반이 약화되는 이유로는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데 그다지 능숙하지 않다는 점, 모호한 단어들에 의해 혼동된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이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 등이 있다.
(중략) 우리는 다른 사람들도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보고 듣고 이해할 거라고 가정한다.
(중략) 그들이 우리와는 다른 것에 주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한다. (이기는 결정의 제1원칙, 392p)
다시 말해, 딴소리가 나오는 건 일이 잘못돼가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며, 오히려 공통 기반을 보수할 타이밍을 잡을 기회이고, 동시에 구성원 간 소통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서로간 이해가 달라진 시점에 바로, 빠르게 딴소리가 튀어나오지 않는 분위기라면 오히려 뒤에 가서 더 큰 똥을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킥오프 잘 했다고 끝이 아니다
모든 팀원들은 공통 기반이 와해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할 책임과 필요할 경우 공통 기반을 수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일단 우리가 팀의 준비를 끝낸 후라도, 우리는 공통 기반의 와해를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공통 기반을 감시해서 혼란의 조기 징후를 재빨리 포착해야 한다. 그런 의무는 팀의 리더는 물론 모든 팀원들에게도 해당된다. (이기는 결정의 제1원칙, 399p)
프로젝트에 임하는 우리에겐 위와 같은 의무가 있다. 하지만 킥오프에서 ‘다 얘기했으니’ 그 공통 기반이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은 이런 의무를 지키는 데 게을러지거나 회피하게 만든다. (PM은) 킥오프 한번 했다고, (구성원은) 킥오프 때 나온 내용 다 숙지했다고 ‘이대로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니고 잘못된 믿음이다. 공통 기반은 끊임없는 관찰과 관리를 해주어야 유지할 수 있다. 즉, 끊임없이 소통하고 우리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우리가 신봉했던 ‘체계적인’ 사고에 대한 반전
‘공통 기반에 대한 믿음’과 같이 사람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봉하는 ‘시스템 공학적 사고 경향’들이 있다.
업무 처리 지침의 효용, 의사 결정을 위해 대안을 만들고 비교하는 일, 정보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여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일, 데이터 기반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일 등이 그러하다.
<이기는 결정의 제1원칙>에서는 이런 사고 경향들의 효용이 대부분 아주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세상은 선제적으로 마련한 경직된 시스템으로 대응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현실에서는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까?
책의 저자 게리클라인은 ‘리스크를 관리’하기보단 일어난 일에 적응하고 즉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그저 적응할 것이다. 우리는 적응하게 되리란 것을 예상해야 한다. 모든 에너지를 문제를 예방하는 데 쓰는 것보단 문제가 발생할 경우 회복하려는 사고 경향이 더 필요하다. 문제를 완전히 예방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권장하고 싶은 사고 경향은 우리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회복할 준비를 미리 하고 있는 것, 즉 회복력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모든 에너지를 문제를 예방하는 데 쓰는 것보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회복하려는 사고 경향이 더 필요하다.
(이기는 결정의 제1원칙, 451p)
프로젝트가 곤경에 빠졌을 때, 통제 지향의 사고를 가진 사람은 좌절하고 낙담한다. 하지만 회복 지향의 사고 경향을 가진 사람들은 계획이 어긋나면 변속 기어를 바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즉흥적으로 대처하고 차선책을 찾을 것이다. 그들은 어둠 속을 탐구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게리 클라인은 <이기는 결정의 제1원칙>을 통해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의사결정에 대한 보편적인 전제들과, 이를 반박하는 본인의 견해를 많은 사례와 함께 밝히고 있다. 우리가 어쩌면 맹목적으로 찬성하고 있었을 전제들을 반박하고 그에 대한 제안을 제시한다. 누군가에겐 상식이 뒤집히는 듯한 강렬한 경험이 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으로 나의 사고를 더 풍부하게 만들고 싶다면 꼭 추천한다.
참고로 절판돼서 새 책은 없고 중고로만 3만원대로 살 수 있다...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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